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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시리즈/문제아::매장특전 번역

문제아 2부 7권 매장특전 - 메소아메리카의 한 구석에서

by PPJelly 2022. 4. 2.

이것은, 사카마키 이자요이와 쿠도 아스카, 그리고 흑토끼가 여행을 떠나고 반년 후의 이야기.

부서진 하늘의 조각- 그에 빗대는 것이 걸맞을 듯한 풍경이었다. 끝없는 하늘에서 내리는 무한히 균일한 대기의 칼날을 필사적으로 견디던 카스카베 요우였지만, 이미 그녀의 신체는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하늘에서 잇달아 쏟아지는 강습에 카스카베 요우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면서 굴러떨어졌다. 의복의 군데군데가 베여나가 출혈이 일어나고, 다리에 점점 힘이 들어가질 않는다. 

 

"윽……"

 

일어서지 못한 채 주저앉는 카스카베 요우. 추격이 있었다면 여기서 그녀는 목숨을 떨궜을 것이다. 하지만 최후의 일격이 그녀를 노리는 일은 없었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그녀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그림자- 닭벼슬을 가진 용이, 점잖은 말투로 그녀에게 묻는다.

 

[……무슨 일이지. 고작 이걸로 끝인가, 코우메이의 딸이여.]

 

에메랄드 빛 깃털이 무수히 춤추며 떨어져 요우를 에워싸고, 또 요우를 위협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공간이 뒤틀리고, 차원에 균열이 생길 정도의 영격.

닭벼슬을 단 용의 주위에는 번쩍이는 깃털의 띠가 회전하고, 하늘에서 교차할 때마다 별들의 구분이 변동된다.

주위의 분위기 또한 하층이나 외계와는 완전히 기운이 다르다.

하지만 그야 그럴 수밖에 없다.

이곳은 모형정원 제 3층- 인류 6대 문명의 하나 · 메소아메리카 문명이 지배하는 영역. 신령이나 성령과 같은 최강종은 상위의 아스트랄 게이트인 '도리천'을 통과하지 않으면 그 모습을 보일 수 없다.

하지만 상층, 그것도 자신의 영역과 문명이 뿌리내린 곳이라면 그에 해당되지 않는다.

마야 · 아스텍 신화의 신들이라면, 주신이라 할지라도 이 영역에서 전성기의 힘을 휘두를 수 있으리라.

카스카베 요우가 홀몸으로 전투에 도전하기에는 너무나도 무모한 강적.

닭벼슬을 흔들며 노려보고, 만신창이가 되어 일어서지 못하는 요우의 모습을 비웃는다.

 

[코우메이의 딸이라 듣고 시험해 봤다만, 이것밖에 안 되는 실력으로 내게 조력을 바라다니 우습군. 네놈의 아비라면 이 정도쯤이야 쉽게 피해 보였을 터지.]

"큭……!"

[제 실력에 걸맞지 않는 은혜를 받았다고 자만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지금은 관두고, 자신의 격에 맞는 훈련에 임하는 게 좋겠구나.]

 

에메랄드 빛 깃을 나부끼며 떠나려고 하는 닭벼슬을 단 용.

하지만 그 직후, 카스카베 요우는 대지를 박차고 억지로 일어섰다.

요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한쪽 팔을 누르고, 조용한 눈으로 똑바로 상공을 노려본다.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다음엔 끝까지 버텨 볼게요."

[안 된다. 네놈은 이미 한계야. 나에게 살의가 없더라도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어. 지금은 자신의 미숙함을 반성하며 수행에 정진해라.]

 

조금 목소리를 부드럽게 한 채 조바심을 내는 요우를 타이르는 닭벼슬을 단 용.

허나 요우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안 돼요. 그렇게 되면 안 돼요. 난 당장이라도 강해져야만 해. 지금 당장 강해져서- <노 네임>의 모두가 돌아올 곳을 지켜야만 해요."

 

요 반년 동안, 모형정원의 하층을 지키는 대연맹이 겨우 결성의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

'복해대성' 교마왕이나 '혼천대성' 붕마왕처럼 강력한 전투능력을 가진 자들도 있지만, 그들과 나란히 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마왕과 싸울 기회가 늘어났다는 말이기도 하다.

<노 네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요우는 강해져야만 했다.

그리고 언젠가 재회를 이룰 때- 모두가 가슴을 펴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노 네임>을 지금보다도 훌륭한 커뮤니티로 만들어 내보이는 것이 지금의 카스카베 요우가 가진 야망이기도 했다.

 

"……부탁이에요, 코아 씨. 다시 한 번만 부탁드려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당신의 깃에 손이 닿을 것 같았어요. 다음은 꼭 만지도록 할게요."

"-……."

 

닭벼슬을 단 용은 눈을 살짝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요우의 굳은 결의를 깨달은 닭벼슬을 단 용은, 에메랄드색 깃털을 펼치고 '하늘의 띠'와 함께 별들을 크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좋다. 이번 한 번만 내 신체(神體)에 손을 뻗는 것을 허가하지. 훌륭하게 닿는 모습을 보여 준다면 네놈은 그날부로 나의 벗이다. 하지만 이번엔 봐 주는 건 없다!]

"네!!"

 

요우는 '생명의 목록'을 빛내며 대붕금시조를 모방한다.

극도로 가혹하고 격렬한 닭벼슬을 단 용의 훈련을 그녀가 극복해 보였을 때는, 7일째 되는 날 아침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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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엠브리오 7권 게이머즈 특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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