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이치로는 용의 대접의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내리곤, 히나를 돌아보며 돌연히 물었다.
"……히나(*주: 陽菜가 아닌 ヒナ), 히나의 언니는 어떤 사람이었어?"
"네? 어, 언니요?"
"그래. 용두회의 압박에도 지지 않는 강한 사람이었지? 어떤 사람이었던 거야?"
세이이치로의 질문에 야스도 호기심을 품는다.
압박에 굴하여 접시를 팔아넘기고 말았다면 이렇게까지 이야기가 꼬이지는 않았을 터이다. 용두회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았던 히나의 언니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듯이 웃는 히나는 하나하나 언니의 인물상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언니는…… 늠름하고 바로잡힌 여성이에요. 용두회에게 대접을 넘기라고 협박받았을 때도,
'이 대접은 내란을 걱정한 중화국의 친구 분께서 평화로운 세상을 소망하며 주신 물건. 할아버지 친구 분의 마음을 우리가 팔 수는 없다.'
고, 확실히 단정해 말했었죠."
"…………."
"나날이 강해지는 용두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제가 불안해하고 있으면 웃으면서 위로해 주던……. 그런 다정하면서 굳센 언니에요."
목소리를 떨면서 행방불명이 된 언니의 안부를 걱정한다.
마음이 고조되어, 어느샌가 뚝뚝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사실에 가까워질 때마다 언니의 안부가 멀어지는 것 같아 견딜 수 없다.
"만약 언니를 정말 구할 수 있다면 대접을 넘기는 것쯤이야 별 상관없어요. 하지만 분명 그걸로 끝나진 않을 거에요! 언니는 언제나 말했어요! 강한 상대에게 지는 일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쁜 놈한테는 단호히 져선 안 된다고! 나쁜 놈한테 지면 마지막에, 자 내놔라! 옳지 내놔라! 더 내놔라! 하고 뜯길 대로 뜯어먹혀서 끝난다고! 그러니까 아무리 무서워도……. 나쁜 놈이랑은 꼭 싸워야 한다고……!!"
경찰은 움직이지 않는다. 나라는 도와 주지 않는다.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 고립무원의 쿠스노키 히나가 마지막으로 도달한 곳이,
'아이언 아미'였던 것이다.
"무모한 일이라는 말씀은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여러분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돈이 부족하면 일해서 갚을게요!! 그러니 제발…… 제발, 언니를 구해 주세요!!"
뒤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조부를 생각하고, 이웃을 생각하고, 동생을 생각하면서, 홀몸으로 싸운 언니를 구하고 싶다.
한 번 하늘을 올려다본 세이이치로는 조용히 눈을 감고서,
"――알겠어, 받아들이지."
"뭐?!"
"뭐?!!"
"하?!! 잠만 기다려, 진심이야 너?!! 괜히 안 맞는 일이라고 하는 거 아닌데?!"
"상관없어. 난 일을 받아들여도 좋겠다고 여겨질 만한 말을 받았어. 히나의 눈물을 보고도 내뺄 녀석은 남자가 아냐. ……둘은 그렇게 안 생각해?"
빙긋, 하고 짖궂음이 깊이 묻어나게 웃는 세이이치로.
꽤나 값싼 도발이었지만, 단순하기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신인, 그것도 썩을 꼬마 썩을 꼬마거리면서 푸대접했던 상대가, 태연히 용기를 보이며 소녀를 구하려 하고 있다. 그러는데 자기만 도망치자니 우스운 짓이다.
틀림없이 앞으로 계속 주도권을 뺏기게 되겠지.
"하아……. 어쩔 수 없지. 이쪽도 땅거지에 지갑도 완전 텅텅이야. 살짝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것도 나쁘진 않네."
"그래도 승산은 있냐?"
"무슨 말씀이심까. 승산은 만드는 거라고 항상 말하잖아."
스마트폰을 꺼낸 야스는 귀찮은 듯이 전화부를 열고 연락 상대를 찾는다.
"이번 의뢰의 클리어 조건은 두 가지.
①용두회에서 언니를 구출한다.
②용두회가 두 번 다시 대접을 탐내지 못하게 만든다.
――인데 뭐, 수락하자면 이 두 개가 클리어되어야만 해. 단 전자는 의뢰비 포함되어 있지만, 후자는 완전히 별도 비용이 들어. 일해서 갚는다고 한 데에 두말하기 없기다?"
"무, 물론이죠!"
"OK. 그렇다면 앞으로 이야기는 간단하다. 내 지인 중에 국립박물관의― 아니 잠깐.
전원 엎드려!!!"
다음 순간, 창고 밖에서 총탄이 비처럼 쏘아졌다.
야스의 목소리와 동시에 창고 안의 구석자리로 피했기 때문에 무사했지만, 몇 순간 늦었다면 이미 총탄으로 벌집이 됐을 게 틀림없다.
지금도 계속되는 총탄의 폭풍 속에서, 야스는 창고의 철문을 걷어차 안에서 잠근다.
세이이치로도 재빨리 움직여 창고 위에 있는 창문으로 밖을 내다본다.
용두회의 일원들은 창고를 에워싼 채 출구를 찾으려 하고, 몇 명이 집을 수색하고 있다.
"드디어 강경책을 쓰셨나. 경찰이 강하게 못 나오는 걸 느꼈나 보군."
"그렇지만 일본의 경찰도 얼빠지진 않았어. 이렇게까지 대판 날뛰면 대처에 나설걸."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쯤이면 피로연이나 되겠지. ……아니면 꼭 단기결전으로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건가. 예상외로 녀석들도 그리 굳건하지 않을지도 몰라."
"흥, 되려 쉽게 됐군. 녀석들을 두들겨패서 히나의 언니가 있는 장소를 캐내자."
뚜둑 세이이치로가 손목을 울리자, 야스도 동감하는 것마냥 웃었다.
"위세 좋은 것도 좋지만, 적은 다수야. 덤으로 보스는 전력 외. 하려면 우리 둘이서 하는 수밖에 없겠네. 각오는 됐냐, 철인종 님?"
"알아. 이번만은 등을 맡기는 것도 껄끄럽진 않겠지."
적의 수는 작게 잡아도 30명은 된다. 한 명이라면 몰라도 소녀와 토키사다를 지키면서 싸우는 이상, 협공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OK. 그럼― 간다, 썩을 꼬마!!"
철문을 걷어차 부수고 용두회에게 달려들었다.
당장 철문을 부수려고 했던 용두회 사람들은 예상 밖의 선제공격에 깜짝 놀랐다. 그 한순간을 틈타 오른편의 적을 세이이치로가 때려눕히고, 왼편의 적을 야스의 샷건이 제압한다.
허를 찔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용두회였지만, 즉각 바로선다.
"녀석들이 나왔다!!"
"대접에는 흠집을 내지 마라!!"
"아수종은 앞으로 나와라!! 바로 제압한다!!"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의 모습이 격변하고, 대형의 호랑이나 늑대로 변모해 간다.
종족 · 수아종― 그들은 과거 웨어울프나 웨어 타이거 등으로 불렸던 '짐승이 섞인' 아인종을 말한다.
그 전투능력은 무시무시하여 웬만한 인간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양 팔로 차를 반파할 수 있는 굳센 팔과 손톱의 살상능력은 인체를 문답무용으로 찢어발기리라.
본성을 드러낸 수아종들은 일제히 세이이치로와 야스에게 날아든다.
"GEEEEYAaaaaaaa!!!!"
휘둘러 내려오는 강화된 손톱.
그러나 세이이치로는 그 손틉을 의수인 한쪽 팔로 가로막는다.
아니 가로막은 것도 맞지만, 파리라도 쫓는 듯한 동작으로 튕겨날리고, 수아종 남자의 태세가 무너진 순간을 가늠해 복부에 타격을 날렸다.
날아간 남자에게 다시 한 번 접근하여, 세이이치로는 오른팔의 무기를 개방한다.
"초탄장전(블러드 불릿) ―― 작열개시(버스트 스타트)……!!"
오른 팔꿈치의 오버 제트가 불을 뿜고, 세이이치로는 적에게 돌격한다.
탄환과도 같은 그 돌진으로 아수종의 거대한 몸에 연격을 넣음으로써, 뒤에 서 있던 남자들도 함께 날아갔다.
'하하, 역시 연소형 철인종! 말도 안 되는 파워로군!'
철인종(메탈릭) ―― 그것은 생체 나노머신을 주입하여 세포의 연소 효율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킨 종족. 분류로 따지면 아인종(데미 휴마)에 가깝다.
근본적인 기능은 인간과 차이가 없지만, 그 운동성능은 아수종마저 상회한다.
연소형의 개조 의지(義肢)는 세포의 연소 효율을 더욱 높이기 위한 무기라는 것이다.
방금 전은 생체 나노머신이 세이이치로의 혈육을 양분으로 대량의 열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연소형의 개조 의체는 그렇게 생산된 열에너지에서 막대한 추진력을 얻었던 것이다.
허나 그들은 전쟁이나 내분이 끊이지 않는 시대의 산물로, 그 다수는 노동계층의 인간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더욱이 개조 실험 자체는 30년도 전에 이종족 배합 국제조약에서 금지되었을 터이나― 철인종의 체내에 심어진 생체 나노머신은 드물게 유전된다.
추정컨대 세이이치로는, 몇 세대 뒤의 철인종이리라.
"뭘 멍 때리고 있어!! 뒤쪽이다 야스!!"
"어이쿠, 먼산 보기 엄금인가."
한편 야스도 샷건으로 수아종 한 체를 멀리 날리고, 두 번째 수인종의 발톱을 칼로 받아넘기고, 되받아치는 칼날로 순식간에 베어 쓰러뜨렸다.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동작이었기에, 베인 자는 자신이 베였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을 것이 분명하다. 아수종이 아니라면 두 명 모두 즉사했으리라.
칼이 닿을 수 있는 범위 밖의 적은 샷건으로 응전하고, 리로드하는 시간을 노려 뛰어드는 상대는 유려한 검기로 재빠르게 베어낸다.
척 보기에 가볍게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숙련된 전투 기술이 있기에 비로소 형성되는 전투 스타일일 것이다. 받아서 흘려넘기는 타이밍이 아주 잠깐 어긋날 뿐이지 야스는 정확히 관통시켜 베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 훌륭한 검기와 총기(銃技)를 눈앞에서 본 용두회 일원들은 얼굴이 창백해져 소리친다.
"스칼렛 색 자켓에 칼과 총……. 이, 이 녀석 설마!
건 앤 소드의 텐도 야스히로?!
프리 크리미널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그 텐도 야스히로인가?!"
"뭐, 뭐야?! 알고 있냐?!"
"알고 있다마다!! 연간 상금 총합계 도쿄 탑인 5억 엔!! 작년에 낚아채 간 상금의 절반 이상이 건 앤 소드의 텐도 야스히로 소행이라는 건 우리 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다!!"
도쿄 최고의 악당으로 두려움을 받는 남자 중 한 명.
아끼는 총과 칼을 치켜든 야스는 위협하는 것처럼 송곳니를 드러내며 포악하게 웃는다.
"뭐야, 잘 익혀 두고 있잖아. 그렇다면 나와 싸운다는 의미는 이해하고 있겠지?"
"으, 윽……!!"
"에에잇, 쫄지 마라!!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가 양션 님께 죽게 될 거다!!"
우렁차게 외치며 수의 이익을 살려 돌진해 오는 용두회의 구성원.
세이이치로와 야스는 빠르게 등을 마주대고 서로의 사각지대를 무너뜨린다. 노 액션으로 즉각적인 연대가 이루어진 것에는 적 또한 놀랐지만, 당사자 본인들은 더욱 놀라 있었다.
곧바로 최선의 수단을 찾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그것은 양방이 동료에게 요하는 필수적인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이건―'
'―음. 나쁘지 않아.'
믿음직한 등에 자연히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샷건으로 영역 밖의 적을 튕겨내고, 애도(愛刀)의 반경에 있는 적은 베어내고, 사각지대의 적은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철권이 받아친다. 둘은 당연한 것처럼 상처 하나 없이 적을 산산조각내고, 마지막 남은 한 명을 때려눕히며 싸움의 막을 내린다.
가볍게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은 시선을 교차함과 동시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강하구나, 야스."
"아직인데 뭘. 본래 힘을 내면 이 정도도 아냐. 그건 그쪽도 똑같잖아?"
"그래. 이런 녀석들은 아무 상대도 안 돼. 적어도 용두회 간부는 나오지 않으면 비장의 무기를 보여 줄 수 없겠지."
이번에야말로 야스는 박장대소했다.
용두회가 얼마나 위험한 조직인지 충분히 알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두려워하는 낌새가 없다. 오히려 투지는 높아지기만 할 뿐이다.
"OK. 뻗어 있는 구성원들을 다 묶으면, 언니가 있는 곳을 캐내서 경찰에 찌르고 와 줘."
"야스는 안 하려고?"
"엉. 나는 녀석들을 몰아넣을 비장의 패를 준비할게. 내용은 아직 비밀이지만…… 뭐, 기대하고 있으라고♪"
히죽히죽 악마의 웃음을 띄우며 스마트폰의 전화부를 뒤져나간다.
세이이치로는 벙쨨지만, 실력을 인정한 뒤에 시비를 걸어 봤자 그림이 영 그렇다. 여기선 건 앤 소드로서 두려움을 사는 남자의 실력을 믿고, 세이이치로는 심문으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 번역 코멘트 ---
▶ 초탄장전 영문명 중 ブレッド의 영자를 모르니 답답할 따름. 크로스브레드 할때 그 브레드 같기도 한데 임시로 breathe로 해석해 봅니다. 정식 표기가 나오면 수정하겠습니다. → 20. 10.04 'Bullet'으로 수정
▶ 원래 종족 이름이 나올 때마다 루비태그를 달아야 하지만 가독성을 위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자 표기로만 쓰겠습니다. 영어 발음은 1~2화를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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