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부지하는 데 성공한 야스는 고가 밑 벤치에 주저앉아 한숨돌렸다.
"하아……, 곤란한걸. 동전 몇 푼이라도 좋으니까 좀 벌어야겠어."
텅 빈 지갑을 들여다보면서 내일을 걱정한다.
그의 눈앞에서 차가 멈춰 선 것은 바로 그때였다.
차에서 히카게 토키사다가 내려 쓴웃음을 지은 채 야스에게로 걸어왔다.
"형편없는 얼굴이군, 야스. 그 표정은 무슨 뜻이지?"
"최후의 유키치(*주: 지면에 후쿠자와 유키치가 그려진 것에서 비유적으로 만 엔권 지폐를 이르는 은어. 우리가 만 원을 세종대왕, 오만 원을 신사임당이라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를 도박에서 날린 표정."
"또! 전번의 보수는?! 200만은 됐을 텐데?!"
"아~ 그 보수 말이지. ……반나절 만에 날아갔지."
"바보야?! 너 바보냐고?! 그 전에 줬던 500만 엔은 어떻게 됐어?!"
"당연히 반나절 만에 날아갔지."
"좋아, 역시 골빈 놈 확정이로군!! 우리 최고의 벌이꾼이 그래서야 어떡하냐?!"
말이 격해지는 히카게 토키사다와, 부루퉁해서 다른 곳을 보는 야스. 무슨 말을 해도 의미없다고 판단한 그는 가슴께에서 한 장의 의뢰서를 꺼냈다.
"하아……. 보수는 저렴하지만, 일거리라면 있어. 신인 교육을 겸하지만."
"신인 교육~?"
"하기 싫은 표정 짓지 마. 돈 없잖아? 긴급성이 높아서 즉각 받을 수 있는 일은 남아 있어. 오늘 중으로 조금이라도 돈을 갚지 않으면 고개가 안 돌아가게 될걸."
끄으응, 하고 침묵하는 야스.
하지만 다른 길은 없다.
"하아……, 값싼 일로 일당을 버는 것도 우리 '아미'의 임무인가."
"그런 법이지. 자, 타라. 가게까지 데려다 줄게."
둘은 차에 탑승한다.
차 안에서 의뢰서를 확인한 야스는 내용을 보고 '으엑' 하는 소리를 낸다.
"우와아. 많고 많은 것 중에 하필이면 사람 수색하는 의룁니까."
"뭐야, 불만이냐?"
"별로 불만은 아닌데요. 실종 같은 건 요즘 시대에는 희한한 일도 아니지 않슴까. 가출, 유괴, 야반도주 등등. …의뢰가 왔을 땐 이미 때늦은 경우가 태반이라 누구도 맡기 싫어하는 일예요."
일본의 내란――야마토 내란으로부터 벌써 50년이 흘러 있다.
국가의 치안은 아직까지도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어 급설된 징벌부대도 손을 못 쓰는 형편이다.
다종다양한 종족이 살아가는 팔백만의 나라에는, 한 번 흐트러진 평화는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사법을 지키는 대전제, 즉 폭력 장치로서 작용하는 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육성하는 범죄자 부대가 생업으로써 존재한다.
의뢰 내용은 테러리스트 제압, 대형 재해수 배제 따위의 큰 일거리부터, 지금 같은 민간 수준의 일거리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그렇게 토라지지 마. 민사 사건은 수락하는 것만으로도 보수가 나온다. 게다가 이번에는 성공하지 못해도 나름대로 금전이 생기지. 받아도 손해는 없어. 귀찮으면 적당히 흘리면 끝날 일이야."
"……흥. 내가 그런 마인드를 싫어한다는 건 알고 말하는 거지?"
씨익 웃는 토키사다.
"그래. 그런 너니까 이 사건을 맡기기로 한 거야."
목표한 장소까지 온 두 사람은 차를 주차한다.
야스와 토키사다는 차에서 내린 뒤 어떤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의 이름은 <아이언 페어리즈>.
철의 요정이라니 꽤 위험하기 그지없는 네이밍 센스지만, 이 카페의 겉모습과 속의 모습을 알고 있는 자들은 정말 딱 맞춰 잘 붙인 이름이라고 납득할 수밖에 없다.
1층의 카페는 평범한 카페지만, 지하로 들어가면 그 분위기는 확 바뀐다.
어두운 조명과 낡아빠진 정취의 재즈가 흐르는 언더그라운드.
굴강한 남자들이 전광판 앞에 모인 채 흘러들어오는 의뢰를 쳐다보고 있다.
야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그 광경을 부감한다.
"언제 와도 변하지 않는구나, 여긴. 이번에 온 신인 군은 쓸만하고?"
"그래. 너 이래의 인재인지도 몰라."
――헤에? 하고 야스의 눈이 희미하게 빛난다.
"무슨 사고를 친 거에요, 그 녀석은. 사연이라도 있나?"
"사연도 큰 사연이지. 그게 폭도 진압용 징벌부대랑 정면으로 맞붙었다고 하더군. 그때 제4세대 중기병의 소대가 괴멸되었다는 모양이야."
야스는 귀를 의심했다.
제4세대 중기병이라면 고속기동, 중후한 장비, 대전차화력을 자랑하는, 육상자위대의 메인 웨폰으로 내세울 수 있을 정도의 명기이다.
거기 속한 소대 하나를 괴멸시킬 수 있는 자가 재야(在野)에 있었단 말인가.
"그거 별일이네. 요새 신인들은 이놈이고 저놈이고 경쟁이 없었으니까 기대하게 되네요."
"크게 기대해라. 아무튼 우리의 기대주니까. ――저기 봐, 온 것 같군."
계단 위에서 다수의 발소리가 들린다.
죄인을 데려온 경찰관의 발소리일 것이다.
선두의 경찰관과 인사한 토키사다는 그 뒤에 있는 소년에게 시선을 옮겼다.
"잘 왔구나, 세이이치로. 오랜만에 온 속세(*주: 원문 シャバ. 사바세계)는 어땠냐?"
"어떻고 자시고 할 거 없어. 도쿄의 번화는 나한테는 너무 시끄러워. 이런 시대에 용케도 이렇게까지 활기를 보존할 수 있었던 거군."
후드를 벗고 도어락을 개방한다.
세이이치로의 모습을 본 야스는 눈을 부릅뜨고 놀랐다.
"뭐…… 이, 이 녀석이 신인?! 아직 꼬맹이 아님까!"
빠직! 열받은 세이이치로는 그 말을 그대로 되갚는다.
"누가 꼬맹이야. 이래봬도 난 이제 열다섯이다. 지금 시대라면 노동 허가도 내려지는 제대로 된 사회인이라고."
"뭐어가 사회인이야! 너같이 새파랗게 어린 놈을 호위할 만큼 난 한가하지 않아!"
"아니 넌 한가하잖아 빚쟁아. 그리고 네가 아미에 소속하게 된 게 열네 살 때 일 아니냐. 자기 불리한 일은 다 빼놓고 말하지?"
옆에서 날아온 부메랑에 무심코 입을 다무는 야스.
세이이치로는 야스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 이런 놈이랑 같이 다녀야만 하는 거야?"
"이.런.놈.이.라.고?!"
"그래그래, 진정해라. 야스의 주장도 잘 알겠고, 쓸만한지 어쩐지는 네가 정하면 되겠어. 뭣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시험해 봐도 돼."
의연하게 대응하는 토키사다에게 야스는 곤란한 듯 머리를 긁었다.
시험해 보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의 의미이리라.
이곳은 도쿄에서 조직들이 모이기로 소문난 아이언 아미의 슬하. 과격한 일을 거부하는 장소에서 무슨 말이냐고 대꾸하고 싶다.
――그러나, 동시에 흥미 또한 있었다.
제4세대 중기병을 흐트려 놓은 실력이 이 조그만 몸에 잠들어 있다니. 보통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근력이다.
'평범한 인간이 아닌 건 틀림없어. 귀인종(오거)이 나올까 요인종(페이)이 나올까. ……시험해 보는 수밖에 없나―!'
찰나, 허리를 숙이고 칼집을 늦춘다.
그 장소에 같이 있떤 토키사다와 경찰관이 눈을 깜빡이는 것보다도 빠르게 칼을 뽑은 야스는 세이이치로의 목을 겨냥해 검섬(剣閃)을 번쩍였다.
그러나, 그 고속의 발도를 세이이치로는 한 손으로 막았다.
한순간 울린 금속음과, 옷이 찢어진 부분에서 보이는 철로 된 의수에 야스는 경악한다.
"혈액 연소형 의수?! 너―― 철인종(메탈릭)이냐?!"
"흥. 그런 당신은 순수한 인간인 것 같네. 그 허약한 몸…… 험한 일에는 맞지 않겠지."
"마…… 말 잘 했다, 어서 나와라 망할 애새끼야! 이 다음엔 제대로 베어 주겠어!"
열이 오른 야스와 세이이치로를, 토키사다가 쓴웃음을 머금고 타이른다.
"실력을 대 보기만 하라고 말했을 텐데. 어떻게든 승부를 하고 싶으면 일로 해라. 예를 들면…… 의뢰에서 더 많이 활약한 사람이 승자라고 하면 어때?"
"받아들였다!! 꼬맹이한테 세상이 얼마나 엄한지 제대로 때려박아 주겠습니다!!"
"나도 좋아. 어떤 의뢰?"
"이제 곧 의뢰자가 올 텐데…… 응?"
그때, 계단을 내려온 소녀가 토키사다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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