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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소설번역/아이언 아미(完)

16화 - 철의 동료들 8

by PPJelly 2022. 4. 1.

야스가 그렇게 소리친 다음 순간―― 거대한 창염의 불기둥이 밀수선에서 솟구치며 짐승 한 마리가 하늘에서 날아왔다.

대기조는 일제히 임전태세에 들어가 낙하하는 짐승을 포위한다.
하지만 푸른 아지랑이로 그을린 대지 중심에 나타난 짐승에 누구 할 것 없이 숨을 삼킨다.

그 짐승은―― 보기에도 아름다운 백은의 체모를 지닌 다섯 꼬리의 큰 요호였다.

 

"뭐……뭐야, 이 녀석……!!"

"설마……진짜 요정종―?!"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시시도 아키가 중얼거린다.

태양광을 받은 모피가 바람에 나부낄 때마다 칠색의 광채를 방출하며 위광을 보인다. 그 아름다움과 고고함은 사람이 닿는 것 따위 용납하지 않을 신엄으로 충만했다.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초수(超獣)에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대기조였지만, 그들 또한 프로이다.

맨 먼저 총을 겨눈 용두회의 사령관이 용맹하게 외쳤다.

 

"전원, 준비!! 쏴라아아아아아아!!!"

 

일제사격 명령과 함께 십수 명이 총탄의 비를 퍼붓는다. 이 순간 적은 포위 대상이 아니라 목숨을 빼앗아야 할 적으로서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백은의 모피를 가진 요호 또한 같았다.

경계하는 요호는 분노한 채 다섯 개의 꼬리에 불을 붙인다.

푸른 불꽃을 난무하며 일제히 쏘아진 탄환을 모두 불태워 없앤다. 그것은 이미 단순한 불꽃이 아닌, 닿은 것을 문답무용으로 연소·용해시키는 초월적인 힘의 현현이었다.

용두회 구성원들은 그 열풍만으로 튕겨나가고, 어찌저찌 버텨낸 세이이치로와 아키도 적의 위험도에 대한 인식을 고친다.

사살하지 않으면 죽을 거라고 직감한 둘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내가 접근해서 발을 묶을게!! 아키는 보좌를 부탁한다!!"

"알겠어!!"

 

이제는 마취총으로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애용하는 머신건을 양손으로 움켜쥔 아키는 눈동자를 새빨갛게 물들이며 몸의 혈액을 개방한다.

귀인종으로서의 숨겨진 야성을 발휘한다.

 

귀인종의 피를 가진 그녀는 짧은 시간에 한해 인외의 신체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총탄을 피하는 반사신경, 표범을 뛰어넘는 민첩성과 맹금류와 같은 초시력.

그 전부를 구사하여, 적의 주위를 에워싸며 빈틈을 노리고 머신건을 소사한다.

세이이치로는 그 틈을 비집듯이 거리를 좁혀 몸이 닿는 거리까지 파고든다.

 

오른쪽 팔꿈치의 오버 제트를 개방해 안면부에 주먹을 때려박으려 했던 세이이치로였으나, 마치 신기루라도 일어난 듯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불꽃으로 빛의 굴절을 조종한 요호가 세이이치로에게서 거리 감각을 빼앗았으리라.

허나 그것만으로 빈틈을 보여 줄 세이이치로는 아니다.

놓치지 않고 발뒤꿈치의 오버 제트를 기동시킨 후, 반회전하여 원을 그리며 돌려차기를 날린다. 하지만 요호 쪽이 미세하게 빨랐다. 꼬리 한 개에 몸을 맞은 세이이치로는 벽에 격돌할 때까지 공중을 날았다.

 

"컥!!??"

"세이이치로?!"

 

날아간 세이이치로에게 정신이 팔린 아키는 그 틈을 노려 불어온 열풍에 휩쓸린다. 순식간에 붕괴된 포위망을 다섯 꼬리의 요호는 태연히 뛰어넘어 도시 쪽으로 모습을 감추어 간다. 저대로라면 도심부에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밀수선에서 뛰쳐나온 야스는 두 사람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었다.

 

"둘 다 무사해?!"

"아얏…… 뭐, 그렇긴 해."

"말도 안 되는 전투능력이었어. 저건 대체 뭘까."

"나도 그런 게 튀어나올 줄 몰랐다."

"야스도 모르는 거야?"

 

세이이치로가 묻자 야스는 순탄치 않게 고개를 흔든다.

 

"생각할 수 있는 건 두 가지 패턴. 하나는 저게 요호의 원종―― 진짜 요정종일 가능성이야."

"요정종이라면…… 그 전설에 나올 법한?"
 
요정종―― 그것은 생명의 계통수에서 벗어난 '발생했을 때부터 완성된 생명'에 해당한다. 그 예로써 날개 달린 소인이나 드워프, 그밖에도 순혈 요호·요괴·악마라고 불리는 종족이 포함되며, 신진대사도 진화도 일절 없이 하나의 목숨이 있는 생을 받고, 무엇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그 생을 마감한다는 전설의 종족이다. 
그들 요정종이 장난삼아 인간이나 짐승과 교배해 나온 것이 수아종이나 요인종이라는 종족으로 파생되었다고 한다.
개체수도 발견된 사례도 극도로 적으며, 그 힘은 자연계의 법칙마저 일그러뜨리고 모든 의미에서 인지를 초월한다고 여겨진다.

 

"그래. 다만 진짜 요정종이 상대라면 진작에 이 주위 일대가 불바다로 변했어도 이상하지 않아. 그만큼 진짜 요정종은 아주 뛰어난 전투능력을 갖추고 있어."

"……그 이상이라고?"

"어. 나도 딱 한 번 상대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살아 있다는 예감이 들질 않았어. 진짜 요정종과 싸운다면 그야말로 일개 사단이라도 나서지 않는 이상 제대로 성립도 안 될 거다."

"그럼…… 아까 전 녀석은 뭐야?"

 

이야기로만 보면 야스는 적의 정체에 대해 짚이는 게 있는 듯한 어조였다. 야스는 턱에 손을 대고 묘한 표정을 지은 뒤 분노한 형상으로 그 말을 입에 올렸다.

 

"그 꼬마는 아마도……  신주(소마)와 유사한 약을 주입받았을 거야."

"신주?"

"말의 어원은 샴발라에서 왔지만,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는 약이야."

"아, 들어 본 적 있을지도. 대륙의 중앙에서는 하오마나 암리타라고 불리는 그 전설의 신주 말이야?"

 

끄덕, 야스는 긴박한 표정으로 끄덕인다.

 

"신주는 신대부터 존재하는 대물(代物)로, 일부 전승에서는 불사신의 힘을 내려 주는 신들의 술이라고도 전해지고 있어. 실제로 그만큼의 힘은 발휘하지 않지만 일시적으로 수아종이나 요인종에게 요정종이나 정령종같이 강대한 힘을 부여한다고 여겨지지."

"그게 그 요호의 정체야?"

"그래. 하지만 진상은 그것만이 아냐. ―― 너희, 어제자 신문 읽었냐?"

"응?"

 

두 사람이 놀란 얼굴을 하자 야스는 혀를 차며 보충한다.

 

"신문 정도는 읽어, 바보들아. 어제 신간에 '상하이에서 격세유전 사건 다량 발생'이라는 기사가 나왔었잖아. 이건 분명 그게 엮였을 거야."

"격세유전?!"

"선조인 괴물로 돌아가는 게 그 현상인가!"

"맞아. 그 멍청한 힘을 봐선 일단 분명히 요정종의 격세유전이야. 신주의 정체가 강제적인 선조 유전자를 발현하게 하는 거라면 모두 설명이 되지. 하지만 본인은 폭주해서 어쩔 방도가 없다. 얼른 손쓰지 않으면 도시에 큰 소동이 날걸."

 

그 속력으로 도심에 출현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리라.

주위가 어수선해지는 가운데 세이이치로는 엄격한 얼굴로 묻는다.

 

"야스. 한 가지만 확인하자. 아까 '그 꼬마'라고 했었지? 설마 그 요괴…… 어린애야?"

"……그래. 초등학생쯤 되는 꼬마였어."

"큭, 그럴 수가……! 얼른 막아야 해!! 거리에서 그런 요괴가 날뛰면 곧바로 징벌부대가 쫓아올 거야!!"

 

아키가 안달을 내자 야스는 진정시키듯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알고 있어. 나 역시 죄 없는 꼬마가 벌집이 된다면 잠을 이루기 힘들 거야. 여기서부터는 셋이 따로 갈라져서 나중에 합류하자."

"구체적인 설명은?"

"먼저 세이이치로, 너는 메이신 할멈이랑 합류해서 그 요괴를 저지해 줘. 할멈이 찾고 있던 '여우 요인종'은 격세유전이 나타난 요호 꼬마일 가능성이 높아. 할멈한테는 내가 연락해 둘게."

"……! 알겠다, 곧장 갈게."

"아키, 넌 저번의 그 총을 가지러 가. 슬슬 완성됐을 참이야."

"저번의 총이라니…… 그, 그거냐?! 그걸 쓸 때가 온 거야?!"

"엉. 지금 안 쓰면 또 언제 쓰겠어? 재미로 시켰다곤 하지만 기왕 주문한 거, 화려하게 써 보자고."

 

히죽 웃으면서 스마트폰을 꺼내는 야스.

 

"나는 잘 아는 징벌부대에 요호의 정체가 초등학생 꼬마라고 전달할게. 또 류칭윈 자식한테도 듣고 싶은 게 있어. 전부 준비가 끝나면 합류하자."

 

 

 

 

--- 번역 코멘트 ---

 

▶ 작품 소개 게시글(이 게시판 첫번째 글)에 태그와 신규 갱신된 줄거리를 추가했습니다. 작품 이해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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