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도쿄의 도시 유적에서 20만 톤의 흙자루가 도착하였다.
흙은 국토와 생존영역을 넓힐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기도 하며, 농경지대를 늘리는 데 필요한 자원으로서도 취급되고 있다.
특히 해저에서 파올린 흙은 물고기나 해양생물의 사체가 녹아들어 있어 오랜 세월에 걸쳐 풍부한 영양이 축적되어 있다. 농업에는 안성맞춤인 토양이라고 한다.
"……그렇구나. 그래서 바다 흙이랑 산의 흙을 섞고 있었나."
"그런 셈이지."
자루에서 흙을 꺼내 바다의 흙과 섞는 시노노메 카즈마. 흙을 만지는 일 때문에 오늘 적복은 입고 있지 않다.
옆에 있는 카야하라 나츠키 또한 티셔츠에 반바지라는 지극히 후줄근한 복장이다.
"오늘부터 며칠은 개척부대를 총동원해서 농경 지역을 확대할 거야. 이렇게 흙을 고르다 보면 '이거야말로 개척부대의 본분이지!' 같은 생각이 들곤 한다니까."
"어. 이름을 듣고 처음 상상한 업무가 이런 느낌이었어."
삽을 들고 착착 섞어 가는 카즈마.
괴력을 가진 그는 주위 사람들 것의 수 배는 되는 양을 처리하고 있다. 바다와 산이 뒤섞인 흙이 눈 깜짝할 사이에 만들어져 운송하는 사람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정도였다.
반짝이는 땀을 닦는 나츠키는 그 모습을 보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역시 카즈 군을 개척부대에 데려오길 잘했다. 전투 이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협력해 줘서 진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그, 그래?"
"그래. 거주구획의 잔해를 제거하는 아주 사소한 작업까지도 자진해서 받아주니까 다들 정말 감사해하는걸. 물론 나도 그래."
미소를 받은 카즈마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시선을 돌리고 뒷목을 긁적이고 있다. 아무래도 쑥스럽거나 곤란해지면 뒷목을 긁는 게 그의 습성인 듯하다.
"후후, 오늘 새참은 사냥해 온 멧돼지를 손질한 거라고 하니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고기를 먹을 수 있겠어. 호위하러 갈 테니까 카즈 군도 기대해 줘."
"알았어. 기대할게."
축산 문화가 쇠퇴한 이 시대에 육류는 닭고기가 주류다. 식재료 문제로 곤란할 때는 거구종 고기를 말려 먹는 비법도 있지만, 대부분은 냄새가 나고 딱딱해서 정식으로 먹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멧돼지 고기라……. 사냥해 먹는 음식도 그립네. 내가 만들어도 문제없을까?"
"안 돼. 이런 일은 적재적소. 사람 일거리를 뺏어가면 안 되죠."
거절당한 카즈마는 한순간 꿍했지만, 이 시대에 노동력이란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 어떤 일에 적합한 인재로 지정된 사람은 전문직으로 더욱 특화시키는 풍습이 있다.
다른 이의 일거리를 가로채는 것은 그 인물의 정체성을 뺏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가정에서 상을 차리는 거라면 몰라도 부대로서 행동하는 이상 그 규율은 존중해야 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난 힘쓰는 일이나 하고 올게."
"후후, 카즈 군이 만드는 300년 전 요리라는 거에도 흥미가 가지만 말야. 괜찮으면 휴가 때라도 대접해 주라."
"응. 기대하고 있어 줘."
카즈마는 수 톤 가량의 흙주머니를 짊어지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간다.
고기를 싫어하는 고등학생 따윈 거의 없다. 그것이 몇 달만에 먹는 제대로 된 고기라면 당연지사다. 카즈마는 드물게 옆에서 봐도 알 수 있을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자신의 임무에 정진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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