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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소설번역/아이언 아미(完)

10화 - 철의 동료들 2

by PPJelly 2022. 4. 1.

아키는 흩어져 도망치는 남자들을 보고 드높이 폭소를 터뜨렸다.

 

"역시. 소문과 다를 바 없는 괴력이구나, 세이이치로."

"소문?"

"야스와 둘이서 용두회와 맞섰잖아? 수아종을 몇십 명이나 물리쳤다고 히나한테서 들었어. 야스와 파트너를 할 정도의 대형 신인이 왔다는 이야기로 떠들썩한걸."

 

그치? 하면서 이번에는 야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당사자인 야스는 겸연쩍은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이래봬도 '아이언 아미'의 실적왕이다.

조직의 에이스로서 의뢰를 받아도 혼자 해결해 온 야스가 다른 누군가와 협동하는 것은 지극히 유례없는 사태인 것이다.

아키가 웃음을 억누르듯이 쿡쿡 웃고 이번에야말로 세이이치로에게 제대로 악수한다.

 

"그런 이유로 다시 한 번. 나는 시시도 아키. 이래봬도 '아이언 아미' 안에서는 고참이라 말야. 랭킹에도 매월 5위 이내에는 들고 있어."

"랭킹?"

"월간 보수 랭킹이 카페 전광판에 게시되거든. 봐, 저기."

 

그렇게 말한 뒤 아키가 가리킨 것은 카페 중앙의 벽에서 빛나는 전광판.

전광판에는 다음과 같이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월간 보수 취득자 랭킹☆ 

 

1위 텐도 야스히로

2위 마리아 크레센트 문

3위 키사라기 메이신(如月 明伸)

4위 시시도 아키

5위 슌교 세이이치로 ]

 

 

"얼레? 내가 5위?"

"맞아. 저번 주만 해도 수천만은 벌었지? 다들 어떤 녀석이 왔을지 기대하고 있었어."

"그, 그런가. 왠지 쑥스럽네."

"뭐, 이 녀석 같은 경우 제4세대 중기병의 변상이 얽혀 있어서 거의 손에 남지는 않겠지만."

 

야스가 장난치자 세이이치로는 쳇 한다.

랭킹 1위인 주제에 매일 빚을 갚느라 괴로워하는 남자에게는 듣고 싶지 않다.

 

"그럼 이 2위는? 오늘은 안 왔어?"

"마리아는…… 뭐,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애라서. 아이언 아미에도 어쩔 수 없이 들어 있는 애야. 총회에도 안 오고, 의뢰도 보스를 경유해 받고, 앞으로도 얼굴 보는 일은 없을지도 몰라."

"흐응. 그럼 3위는?"

"메이신(メイシン) 언니는―――"

"어라, 불렀느뇨?"

 

깜짝 놀라 세 사람은 돌아본다. 등 뒤에는 기모노를 입은 아름다운 여우 귀 여자가, 차분한 웃음을 띠며 미소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강아지 귀를 쫑긋 세우며 화내는 아키는 살짝 볼을 붉히면서 소리를 높였다.

 

"정말, 메이신 언니! 놀래키지 마세요!"

"후후, 미안하구나. 젊은이 셋이 모여서 왠지 재미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니까 무심코 여우귀가 뜨이고 말았단다. 용서하거라."

 

생글생글 명랑하게 웃는 여우 귀 여자―――키사라기 메이신.

외견 연령만 보면 20대 전반의 젊은 여성으로밖에 보이지 않지만, 포용력 넘치는 그 명랑한 웃음에서는 나이에 맞지 않는 관록이 감돌고 있다.

중후한 인격과 인생 경험과 신비함을 느끼게 하는 여자다.

세이이치로는 약간 경계하면서 묻는다.

 

"처음 뵙겠어, 키사라기 씨."

"메이신이면 된다, 철의 아이야. 다들 그렇게 부른다."

"그럼 메이신. 보기로는 여우 수아종……은 아닌 것 같네. 혹시 요인종이야?"

 

후후, 하고 점잖게 웃으며 끄덕이는 여우 귀인.

그녀가 손끝을 빙글빙글 돌리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불꽃이 붙었다.

 

"그 말대로. 나는 여우 요인종. 과거에는 요괴 요호라고 불렸던 종족이지. 이렇게 보여도 그대의 몇 배는 길게 살아왔느니라."

"그, 그거 엄청나네. 딱 봤을 때 20대로밖에 안 보였거든."

"후후, 고마운 말을 해 주는구나. 일하는 중만 아니었다면 나도 아침을 함께하고 싶었다만…… 조금 시간이 촉박하여 말이야."

 

메이신이 한숨을 쉬자 야스가 의외라는 표정을 한다.

 

"메이신이 촉박해하다니 별일이네. 큰 일이야?"

"아니, 그냥 사람 찾기야. 어린아이 수색 의뢰지만 아무래도 유괴범이 엮여 있다는 것 같아. 중간까지는 냄새로 추적했지만 어제 내린 비로 모두 날아가 버렸네."

 

넷은 동시에 말을 잃는다. 시대가 이러니 납치 사건 따위는 적지 않게 일어난다. 하지만 희생자가 나이 어린 아이라는 점은 역시 가슴이 아프다.

이런 결말이 많은 이유로 사람을 찾는 의뢰는 아무도 받고 싶지 않아한다.

탑 클래스의 실력을 가진 메이신이 그럼에도 사람 찾기 의뢰를 받고 있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어진 성품이 시키는 것이리라.

언짢게 뒷머리를 긁적인 야스는 고개를 돌리며 조언한다.

 

"……아이들을 노린다는 말은 팔아먹을 상대가 있다는 것. 요즘 정세라면 국내보다 더 발이 닿지 않는 해외로 넘기는 거겠지. 항로는 검역이 엄격하니까 도쿄항을 알아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후후, 고맙다. 잡혀간 자는 아무래도 여우 요인종 계집아이인 것 같더구나. 내게 있어서도 다른 사람 일은 아니야. 곧장 가 보도록 하겠다."

 

명랑하게 미소짓는 메이신은 총회 출석 사인만을 남기고 가게를 뒤로한다.

뒤는 그녀가 움직이기 나름이겠지.

메이신의 뒷모습을 떠나보낸 세이이치로는 다시 한 번 점내를 둘러본다.

 

"……아이언 아미에는 다양한 종족이 있구나."

"뭐 그렇지. 아키도 척 보기에는 멍멍이지만, 안에는 귀인종이 반쯤 섞여 있어."

"귀인종? 그 말은, 오니의 피가 섞여 있다는 거야?"

"조금뿐이지만. 뭐, 없는 것보단 나은 정도야."

 

그렇다―――시시도 아키는 귀인종, 속칭 귀종(오니)이라 불리는 수수께끼 많은 고대종의 피를 잇고 있다. 이 귀종이라 불리는 생명체의 DNA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많아, 일설에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특별 변이체라는 소문도 있다.

수많은 생명체와 교배가 가능해, 사람과 귀종이 뒤섞인 끝에 나온 후손을 귀인종이라 총칭하고 있다.

 

"세상은 그야말로 타종족 혼합의 시대. 특히 완충지대인 관동 지방 같은 곳이 말야."

"뭐, 서쪽으로 가면 순수한 인간사회가 펼쳐져 있고, 동쪽으로 가면 더 많은 인외나 수아종, 요인종을 볼 수 있겠지만. ……자, 슬슬 아침 먹자. 배고파졌어."

 

 

 

 

 

 

 

 

 

--- 작가 코멘트 ---

 

 

▶ 7화를 가필 수정했습니다.

 

 

 

--- 번역 코멘트 ---

 

▶ 가필에 맞춰 7화를 수정했습니다. 수정 전 원본은 따로 만든 카테고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메이신의 말투는 백야차 같은 노인 말투라기보다 옛날 마님들 느낌입니다. 또 지금까지 포유동물 형태면 다 수아종인 줄 알았는데 외견과 종족명은 상관없었군요.

 

▶ 그나저나 크레센트 문...? 사이고 형제 쪽 핏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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