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은 두서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계산대로 나아갔다.
계산대에서는 쿠스노키 히나가 주문을 받고 있었다.
"아, 세이 군이랑 야스 씨! 게다가 아키 씨도! 셋이 같이 왔나요?"
"아니, 값 따로따로 해서 모닝 세트 3개."
"히나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일은 익숙해졌어?"
"이야, 진짜 기억할 게 산더미라 큰일이야. 그렇지만 점원 분들도 아미 사람들도 좋은 사람만 있으니까 힘내서 일할 수 있으려나♪"
머쓱머쓱하면서 주문을 받는 히나.
웨이트리스 선배가 히나에게 말한다.
"이제 곧 총회 시작하니까 계산은 그만하고, 히나도 같이 아침 먹어 둬."
"아, 네! 같이 먹어도 괜찮나요?"
"괜찮아."
"그럼 4인석이겠네."
모닝 세트 4인분을 가지고 자리에 앉는다.
점내는 점점 북적이고, 아이언 아미의 동료들도 떼지어 가게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수아종, 요인종, 인류종 등등. ……다양한 종족이 가게 안을 활보하고 있다.
세이이치로는 그 모습을 유쾌한 듯 바라보고 있다.
"이 동네 정말 재밌네. 내가 살던 서쪽에서는 절대 이런 풍경은 못 본다."
"와아! 세이 군, 서쪽에서 살았구나!"
"순수한 인간들만 사는 지방이랬나. 야마토 대란 이래로 제대로 두 쪽이 났다고 하니."
야마토 대란―― 그것은 오닌의 난에 이은 일본 최대의 대란을 뜻한다. 타종족 혼합 사회로써의 일본은 겉으로는 다양성 있는 사회로서 인식되고 있었지만, 그 내부는 인류종이 타종족이나 인간 혼혈을 노동력으로 부리는 계급 사회였다.
평등한 고용 따윈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격차 사회. 그리고 만연한 인외경시.
한순간의 계기로 시작된 폭동은 일본 전체를 불태울 기세로 퍼져 종족 간의 내란으로 발전해 갔다.
"하지만 뭐, 50년이란 새월은 서로에게 냉정과 반성을 가져왔어. 오늘날에 이르러 서쪽에는 인류종이 사는 사회가 세워지고, 동쪽은 인간 혼혈과 인외가 사는 지역으로 바뀌어 갔어. 수월히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야."
"그 완충지역인 도쿄를 중심으로, 관동 지방에는 인간, 인간 혼혈, 인외가 오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란 얘기야. 도쿄 같은 데는 완전히 치외법권으로 인정받고 있고, 생각보다 좋은 환경이 됐어. 내란 종식 선언까지 그리 멀지는 않겠지."
앙앙 모닝 치킨 샌드위치를 깨무는 야스.
내란이라 부를 만한 무력충돌은 벌써 10년 가까이 일어나지 않았다. 주도자 없는 민의의 내란은 나아지길 기다려야 수습되겠지.
히나도 우물우물거리며 과거의 참상을 한탄한다.
"그래도 잘 사그라들었네. 선도자가 있었다면 그 사람을 벌주면 끝나는 거지만, 야마토 내란은 정말 민심만으로 일어난 내란이라고 하니까. 타협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해외 저널리스트들이 분개할 정도였는데."
"그야, 50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만들었을 거야. 인간은 30년만 있으면 다음 세대와 교대하는 법이야. 그럼 그 뒤로는 인외 측에서 새로운 시대와 가치관을 받아들일 아량이 있느냐 마느냐가 문제지."
"그런가. 우리 세대가 받아들여지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이제 인외 쪽에서 결정할 문제구나. ……참고로, 전 언제든지 화해 선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흠! 하고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펴는 쿠스노키 히나.
다른 네 명은 무심결에 쓴웃음을 지었지만, 내란 종식 선언은 일본에 거주하는 모든 생명의 소망이다. 언제 어떤 식으로 찾아오더라도, 마음의 준비는 누구나 하고 있을 것이다.
"뭐, 이 이상은 높으신 분들이 할 일이니까 말야. 우리 아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당을 벌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정도지."
"그렇군요――가 아니라, 까먹고 있었다! 보스한테서 야스 씨께 전언이 있었구나! 큰 일거리가 들어왔으니까 연락하라고!"
번쩍, 야스의 눈이 날카롭게 빛난다.
"헤에? 보스 직속의 지명인가?"
"그런 것 같아. 대형 임무니까 그 밖에 두 명 정도 더 모아 오라네."
……호호오? 하고 뒤에서 귀를 쫑긋하는 두 사람.
야스는 마를 방불케하는 악조건에 무심코 머리를 싸매고 만다.
앞서 설명했듯 그는 근본적으로 큰 임무일수록 혼자서 수행하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인원이 늘어나면 기껏 얻은 보수가 머릿수만큼 나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스의 명이니, 그것도 바로 옆에서 들었으니 시치미를 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네. 둘 다 한가하면 올래?"
"응."
"물론. 고아원을 경영하기가 힘들어서 큰 임무를 찾고 있던 중이었어."
"아~ ……그러고 보니 그럴 시기였구나. OK. 그럼 할 수 없지. 다 먹으면 셋이서 보스한테 가자."
*
그 후――
아침을 먹은 셋은 히카게 토키사다와 연락을 취했다.
아무래도 상당히 급한 일거리인지, 총회는 빠져도 되니까 한시라도 빨리 합류하면 좋겠다고 했다.
카페 앞에서 세 사람이 기다리고 있자, 얼마 안 가서 토키사다가 차를 돌려서 왔다.
"호오. 세이이치로는 둘째치고, 아키까지 오다니 의외네. 너희들이 같이 활동하는 게 몇 년 만이지?"
"딱 2년만이네요. 서로 일거리가 겹치지 않게 움직이고 있었으니까요."
"오늘은 특별합죠. 초봄이 되면 고아원 꼬맹이들의 입학 비용이 대량 필요하고, 한 가지쯤 일을 넘겨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야스.
보스 또한 그 말로 사정을 파악한 모양이지만, 신입인 세이이치로는 그렇지도 않다.
차에 올라타자 호기심 가득히 질문을 던진다.
"있잖아, 아키. 아키는 고아원도 운영해?"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몇 명이서 공동으로 경영하는 거야. 우리가 신세진 사람이 맡겨 준 고아원인데, 평범한 일로는 아이들의 학비까지는 마련할 수 없어서 말야. 그래서 징역을 마치고 나서부터도 아미로 일하고 있는 거지."
봐, 하고 목을 가리키는 아키.
잘 보니 그녀의 목에는 징벌용인 검은 초커가 걸려 있지 않았다. 즉 죄인으로서의 형량을 마친 상태라는 뜻이다.
"징역이 끝나도 아미 의뢰는 받을 수 있는 거야?"
"일단은. 실수입도 좋고, 팔만 달려 있으면 아미에 남아 있는 게 나아. 오히려 형량이 남아 있으면 못 받는 일거리도 있어."
"세상 참 고달프다. 전과 있는 인간한테는 훨씬 팍팍한 것이 이 세상이라는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얼른 보석금이나 내. 야스의 급료나 일로도 맞바꿀 수 없는 징역형이라니, 대체 무슨 죄를 지어서 잡힌 거야?"
아키가 즐거운 듯이 강아지 귀를 세우며 묻자, 야스는 한순간 입을 다문다.
그러나 이것은 세이이치로에게도 궁금한 이야기였다.
아미는 근본적으로 범죄자에게 주어지는 직업이다. 따라서 야스는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이 된다. 헌데 야스는 아이언 아미에서도 탑인 일꾼이다.
그런 그가 몇 년이 지나도 감형할 수 없는 죄라니, 과연 무엇일까.
"진짜 무슨 일을 낸 거야? 중요 인물 암살 미수라도 저질렀어?"
"――,"
"……거기까지만 하고 끝내. 남자의 과거를 꼬치꼬치 캐물어서야, 좋은 여자가 되긴 아직 멀었구만."
점점 언짢아지는 야스를 보다못한 보스가 중재에 나선다.
세이이치로도 아키도 말이 심했음을 깨닫고 어깨를 움츠렸다.
"원점으로 돌아가자. 사실 이번 의뢰에는 일전의 사건이 관련돼 있거든. 세이이치로가 와 줬으니 감지덕지야."
"일전의 사건?"
"히나 일이야. 그 사건으로 상대가 너희들을 만나고 싶어하거든. 이번 업무를 의뢰하는 참에 어떻게 해서라도 지명해 줬으면 한다고 간청을 해서."
켁, 하고 뭔가 짐작하는 야스.
"그 사건으로 우리가 마음에 들었다면……, 설마,"
"그래 그 설마야. 너희, 어마어마한 거물의 눈에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쓴웃음과 함께 의뢰서를 내민다.
그 의뢰주 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용두회 고위간부――류칭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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