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뢰주 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용두회 고위간부――류칭윈이라고.
"지……진짜냐. 용두회의 일본 내 활동을 혼자서 지배하는 그 류칭윈이, 우리한테 의뢰라고?"
"그래. 뤄양션을 몰아넣은 재주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거겠지."
"농담 마!! 이 정도 거물의 마음에 들어 봤자 제대로 되는 게 없을 거란 말야!! 난 하차한다!!"
"가긴 어딜. 형량이 만료되지 않은 크리미널은 지명을 거절할 수 없어. 너도 알잖아?"
최악이다, 하고 고개를 숙이는 야스.
"그래서, 문제는 다른 둘이야. 지명받은 건 야스 혼자니까 지금이라면 아직 하차할 수 있거든?"
"난 딱히 상관없어. 류칭윈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
"나도 상관없어. 고아원 아이들에게 새로운 책가방을 사 주고 싶으니까."
"세 명 모두 동의인 걸로. 뭐, 보수가 좋다는 건 보증할게. 될 수 있는 대로 벌어 와."
남일 보는 토키사다는 가벼운 어조로 격려한다.
고속도로를 타서 시부야로 내려온 네 사람은 역에서 조금 떨어진 번화가로 향한다.
차를 멈춘 뒤 야스, 세이이치로, 아키 세 사람이 내리자, 곧바로 그곳의 지하 바 직원이 걸어왔다.
"텐도 야스히로 님이시죠?"
"그 사투리 억양…… 당신들이 안내인이군."
"예. 류칭윈 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셋이 안내받은 곳은 수상한 지하로 이어지는 녹이 슨 바였다. 내부도 엉망진창이라 도저히 사람이 경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도 왠지 커튼에 가려진 안쪽 문만이 호화로운 모양새로 붙어 있다.
더욱 지하로 내려가니, 그곳은 셀럽들의 밤모임을 위해 세워진 밀회장이었다.
입구에는 밀회용 가면이 여러 개 전시되어 있고 테이블 위에는 여러 병의 샴페인이 놓여 있다.
파티가 열리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날은 우아한 식탁보와 융단으로 인테리어가 갖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깊은 곳―― VIP 중의 VIP만이 들어가는 개인실에서, 그 남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양 팔에 술을 따라 주는 미녀를 거느린 뿔이 난 용인종―― 류칭윈은 날카롭게 웃음지으며 세 사람을 반겼다.
"왔나. 아침 일찍 불러서 미안하군."
"……당신이 류칭윈?"
"그렇고말고. 아, 존댓말은 됐어. 편하게 가자고. 내가 류칭윈인지 어쩐지는 이 뿔이 증표다. 뿔이 있는 용인종이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겠지?"
톡톡 뿔을 두드리며 자랑하는 류칭윈. 그것은 셋 또한 알고 있었다.
뿔이 없는 용인종은 아인종으로 분류되는 데 반해 뿔이 난 용인종은 용종으로 분류된다. 즉 아예 다른 종족 취급되며, 넘을 수 없는 힘의 격차가 있다고 회자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용두회에서 출세가도를 걷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걸로 납득이 갔어. 뿔이 난 용인종은 태어날 가능성이 한없이 0에 가까워서 신동으로 떠받들어진다. 진짜 용종으로도 간주하는 게 허용된, 초월종의 말단이라는 말이군.'
젊다고는 들었지만 상상보다 훨씬 젊은 미장부다.
아마 20대 중반쯤 됐을 것이다. 그야말로 승천하는 용과 같이 출세가도를 달려왔음이 분명하다.
그 웃음에서 본인의 자신감과 씩씩함 모든 것이 전해진다. 뤄양션에게는 없었던 초월자로서의 위압감이, 이 젊은 용에게서는 풍겨 온다.
셋이 그렇게 놀라고 있자, 류칭윈은 빈정거리는 투로 웃었다.
"내 젊음에 놀란 모양인데, 너희 셋이 더 젊겠지.
건 앤 소드의 텐도 야스히로.
철인종 슌교 세이이치로.
귀인종 시시도 아키.
너희들 모두가 나보다 어린걸."
"……! 우릴 알고 있는 거냐?"
"당연하다. 아이언 아미의 유명한 부분은 모두 조사해 뒀어. 지금까지 마음에 두지는 않았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 있잖냐. 사실이라면 조직째로 사고 싶을 정도야. 아미 회사를 단순히 설립만 하는 거면 외국계여도 괜찮잖아?"
"글쎄……? 그런 것보다 일 이야기를 하자. 날 지명할 만큼 위험한 다리를 건너는 거지?"
반쯤 흐름을 끊듯이 야스가 대화를 진행한다. 이런 부류의 남자가 눈독들여도 좋을 건 없다는 것이 그가 아까 전 한 말이었다. 세이이치로도 아키도 지금쯤 되니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도망칠 수도 없다.
어떤 의뢰가 날아오려나 하며 자세를 바로잡는다.
그러나 류칭윈은 흔들흔들 손을 저으며 세 사람의 긴장을 푼다.
"주접스럽게 불러다 놓고 미안한 말이지만, 너희의 임무는 우리를 서포트하는 일이다. 즉 예비 전력이라는 말이지."
"……그 말이라면?"
야스가 말을 재촉하자, 류칭윈의 뒤에 서 있던 남자가 설명을 시작한다.
"외람되지만, 여기서부턴 저 장요우쭝(張 有忠)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장요우쭝? 네가?"
"?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용건이시죠?"
"아니, 아무것도 아냐. 말 끊어서 미안. 계속해 봐."
야스치고는 개운치 않은 말이었지만, 상대는 신경쓴 기색도 없이 말을 잇는다.
"내일 아침,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도쿄 만 쪽으로 화물선으로 위장한 불법선이 들어옵니다. 점심 때쯤이면 경찰이 몰려갈 예정이지만, 우리는 내일 도착한 직후에 그 선박을 습격할 예정이다."
흠, 하고 이야기를 되새기며 끄덕이는 세 사람.
불법선박이 나포되기 전에 그 수화물을 빼앗아 버리자는 말인 것 같다. 불법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해적행위지만 용두회라면 이미 경찰에 물밑작업을 마쳐 놓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리라.
"그래서 우린 뭘 하면 돼? 용두회 일원들이랑 같이 돌격하면 되는 거야?"
"선외에서 대기하는 조와 돌입하는 조로 갈라 줬으면 해. 케이운 님의 요망에 따르면 돌입조에는 텐도 야스히로 님이 있으면 좋겠다는군."
"이왕 고용하는 김에 네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 소문의 건 앤 소드에도 관심이 있어."
"그야 기꺼이. 선외에서 대기하는 녀석들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된다는 말 맞지?"
류칭윈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야스는 잠시 뜸들여 생각한 후 손가락을 두 개 폈다.
"질문이 하나…… 아니, 두 개 있어. 괜찮냐?"
"괜찮다. 답할 수 있는 거라면 답해 줄게."
"먼저 이쪽의 타겟. 무슨 화물을 노리고 습격하는 거야?"
"그건 말할 수 없어. 너는 그저 적을 해치워 주기만 하면 돼."
"그럼 두 번째. 적의 규모와 장비, 그리고 귀속된 조직은?"
야스가 묻자, 류칭윈은 웃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기 말이다. 애한테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런 걸 답해줄 리 없잖아. 너희 아미는 내가 장난삼아 고용한 여유 전력이야. 하라는 대로 싸우고, 하라는 대로 움직이면 돼. 내 기대에 보답해 준다면 보너스도 주겠다. 그걸로 되겠지?"
"――……OK. 확실히 그 말대로야."
"착한 아이군. 집합은 내일 아침 5:00. 늦지 마라."
VIP룸을 뒤로하는 세 사람.
시부야의 번화가를 잠시 걷던 셋은, 용두회의 가게에서 충분히 거리를 둔 장소에 마주앉았다.
--- 번역 코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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