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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소설번역/이세계 영웅기담(完)

5화 - 오버 카운트

by PPJelly 2022. 4. 2.

공중함정 <라미엘 · 앙헬>의 관제실은 전쟁 중이라고는 생각되지도 않을 만큼 평온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있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에 더하여 적군의 낮은 사기.

 

과연 아껴 두던 공중함정을 꺼낼 필요가 있었을지 의심까지 들 지경이다.

유피테르 제국의 최고 지휘관 중 하나, 삼휘장(三輝将) 노아 브라이트는 선장석에서 한숨을 내쉰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승리를 차지하려는 모습은 역시 우리 나라답다만, 좀 전력이 과잉된 건 아닌가?"

"신조 병기 회수는 유피테르 제국의 국시니까요."

"그러면 구태여 쳐들어가기보다 병력으로 압박해서 위협하는 게 나았잖는가."

 

"그것도 일단 해 본 것 같던데요. 그랬더니 '우리 나라에 신조병기는 없어! 신을 섬기지도 않았다! 믿어 줘!' 라면서 시치미를 뗐다나 봐요."

"그래서 침략했다라…… 폐하만큼의 정치적 수완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온건한 수단을 쓸 수 있었을 터인데."

 

노아 브라이트 장군은 크게 탄식한다.

아크 나이트 거리를 소유한 테라니아 왕국은, 절반은 제국 소속이 되어 있는 소국이다. 침략해 봤자 자원도 뭐도 안 나오는 나라로 취급되어 방치돼 있을 정도의 소국이다.

제국에 반감 같은 건 가지고 있을 리도 없고, 이렇게 공격하지 않고도 못 이기는 척 조사단을 보내기만 하면 됐을 일이다.

 

'아쿠로 대제의 행태는 날이 갈수록 가혹해져 가고 있어. 정말 세상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는 속셈인가?'

 

통일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소문이 도는 유피테르 제국이지만, 세계 곳곳에 불길을 뿌리다가는 언젠가 집중포화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 아쿠로 대제가 이해하고 있을 리 없다.

이번 같은 약소국이라면 뼈아픈 반격을 당할 일도 없겠지만 만약이라는 것도 있다. 불필요한 원한을 퍼붓는 침략을 노아 장군은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함락 소식이 늦는군. 겔트미르 장군은 뭘 하고 있나?"

"불바다를 휘젓고 다니며 한바탕 즐기고 있을 겁니다. 결국엔 그놈도 수인이라는 겁죠."

"흐음, 우리가 노리는 것이 신조 병기라는 것을 잊어버리지만 않았으면 좋겠구만."

 

겔트미르는 걸걸한 성격이지만 알아보기 쉬운 군인이기도 하다. 명령에는 순종적이고 레벨도 상당하다. 그쯤만 되면 그 혼자서 아트 나이트를 함락시킬 수 있을 것이다.

노아 장군은 함락 보고를 팔짱을 끼고 기다린다.

 

그러나 그 때, 숨을 헐떡이면서 전령사가 뛰어들어왔다.

 

"저, 전령입니다! 침공 부대에서 긴급한 전령입니다!"

"왜 그러는가. 도장의 목은 찾았는가? 함락했나?"

"바, 반격입니다! 아크 나이트 군의 반격으로 도내의 세력이 전멸! 겔트미르 장군도 전사하였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노아 장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경탄했다.

겔트미르 장군이 전사한 일도 그렇지만, 침입했던 세력이 전멸했다는 데에는 더욱더 놀랐다. 원군이 왔는데도 전멸하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신기 적합자가 나타났나?!"

"그 가능성이 극히 높다고 생각됩니다!!"

"수색반은 당장 레벨 측정을! 앙헬 Ⅱ, Ⅲ은 전 화기 해방! 응전해라!!"

"옙!"

"장군은 즉시 조종석으로!!!"

 

그 직후, 공중함정에 경보가 울려퍼졌다.

 

[경보! 경보! 앙헬 제Ⅱ함정에 강습! 제1, 제2마도장벽 대파! 본함에도 충격이 옵니다!!]

 

충격파로 흔들리기 전 노아 장군은 좌석을 붙잡는다.

어마어마한 충격에 부관과 전령사는 옆으로 넘어져 그 자리에 쓰러졌다. 함정에 펼쳐진 마도장벽은 군세나 활이나 총포나 야전마법으로 어떻게 건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분명히 전략급 마법이 사용된 충격이다.

통신기구를 덥석 받아든 노아 장군은 격분을 토한다.

 

"전략급 마법이 발동됐는데 눈치채지도 못하다니 어떻게 된 일이야! 관리관은 뭘 하는가?!"

[다, 다릅니다! 마법이 아닙니다! 인간 형상의 수수께끼의 전사가 급습을 했습니다!]

"이…… 인간 형상이라고?!"

 

[적영을 확인! 정면을 모니터링합니다!]

 

송출된 영상에는 앙헬 제Ⅱ함정에 번쩍이는 섬광이 비춰졌다.

중심에 나오는 것은 전신에 화염을 두른 철의 전사.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두르고 함정으로 달려드는 죠가사키 류마의 모습이 있었다.

 

"웬 녀석이냐……! 공중함정 세 척에 홀몸으로 싸움을 걸다니!"

"신조 병기에는 신조 병기로 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아 장군께서는 조종석에 계십시오!"

"알고 있다!"

 

중앙 조종석으로 뛰어간 노아 장군은 시동 키를 꽂고 외친다.

 

"라브리스 라미엘 풀 오픈 · 앙헬 기동!

성신 데미우르고스의 이름 아래 하늘의 사자를 부른다!

계약을 이곳에! 신의 우레를 내걸어라!"

 

제1함정――신조병기 <라미엘 · 앙헬>이 번개와 함께 격렬하게 명동한다. 모든 화포를 연 채 마력광을 발하고, 포탄으로 저격한다.

그러나 상공에서 몸을 돌린 죠가사키 류마는 그 포탄을 모두 회피한다.

믿기 어려운 선회 능력에 혀를 찬다.

 

"그럼 피할 수 없는 포격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큼 공격한다!

전 포문 개방! 회피 연산! 조준 고정! 탄도 보정 최대!

확산성 포탄 마법 <호밍 블레이즈 캐논> 발사!!!"
 

함정의 포대로부터 일제히 소사되는 빛줄기.

호를 그리며 차례차례 쏘아져 나온 포탄의 수는 1만 2000발. 회피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메우면서 다가오는 유성군.

이것이야말로 한 번의 발동으로 전장을 일변시키는 전략급 마법.

제 2차 리드리아 대전을 종결로 이끈 유피테르 제국의 신조 병기 <라미엘 앙헬>의 힘이다.

 

'자! 어떻게 나올 것인가, 강철의 전사여?!'

 

집속되는 광탄. 이제 막 직격하기 시작한 그때,

류마의 온몸이 번쩍이면서 엄청난 수의 유성을 방출했다.

화면이 새하얀 빛으로 집어삼켜지는 와중에 류마가 외친다.

 

"최대 출력! 확산성 포탄 마법 <호밍 블레이즈 캐논> 발사!!!"

 

1만 2000발 분의 광탄에, 3만 5000발의 광탄이 응전한다.

 

차례차례 맞고 떨어지는 광탄과 함께, 함정에 쏟아져내리는 광탄.

일곱 겹의 마도장벽 중 두 겹이 돌파된다.

함정 내부도 격렬하게 흔들리고, 좌석에서 튕겨져나간 탑승자도 적지 않다.

조종석에서 이를 악문 채 마도장벽을 유지하고 있던 노아 장군은 이번에야말로 몹시 놀랐다.

 

"바보 같으니!? 전탄 상쇄라고?!"

"포격 특화형인 <라미엘 · 앙헬>을 넘는 신조 병기란 말인가?!"

"적 레벨 계측 완료! 숫자 표시합니다!"

"늦다! 얼마냐?!"

"2000…… 4000……?! 뭐, 7000?!! 말도 안 돼, 또 올라간다고??!"

"목표의 추정 레벨―― ㄱ, 9999?!! 오버 카운트?! 적대하고 있는 사람은 임계 도달자입니다!!!" 

"뭣이라?!!"

 

노아 장군의 경악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충격의 제2파가 온 것은 그 바로 뒤의 일이었다.

 

 

 

 

 

 

 

 

--- 번역 코멘트 ---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직 취업준비 등 할 게 많지만 제일 바쁜 기간이 지나서 드디어 여유가 생겼습니다. 남은 4화는 하루에 한 편씩 올라갑니다.

 

 

▶ 의역이 많습니다.

 

調査団を無理やり送り込めば済む話だ。 → '못 이기는 척 조사단을 보내기만 하면 됐을 일이다.' 

원문이 無理やり 즉 '억지로'이고 테라니아 왕국은 제국이 시킨 일을 형식적으로만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뉘앙스에 맞게 했습니다.

 

その程度のこと → '그런 기본적인 것'

직역하면 '고작 그런 것' 이며 아쿠로 대제가 그런 누구나 알 만한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문맥을 고려해 수정했습니다.


討たれた → '전사하였다는, 전사한'

일반적으로 국어에서는 중세에 장수가 죽었을 때 '토벌당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기 때문에 더 적절한 '전사했다'로 수정했습니다.

 

 

▶ 라브리스 라미엘=Labrys Ramiel.

 

[네이버 지식백과] 라브리스

양쪽 날이 있는 도끼. 그 어원은 소아시아의 리디아어 또는 갈리아어. 이런 형의 도구(무기, 제물을 바치는 제도(祭刀, 등)는 고대세계 각지에 보급되어 있었으나, 특히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에서는 종교적인 상징으로 쓰여 유명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궁(迷宮) 라비린토스(라비린트)의 이름은 라브리스에서 유래한다고 함.

[위키백과] 라미엘

라미엘(아람어: דעמאנל, 히브리어: רעמיאל, 그리스어: ‘Ραμιήλ)은 에녹서에서 언급한 그리고리 또는 파수꾼의 여섯 번째 지도자이다. 라미엘이라는 이름은 “하느님의 천둥”을 뜻한다. 또한, 그는 동일 인물은 아니지만 라밀(‘하느님을 향한 거만함’ 또는 ‘하느님의 말로’)이라고도 불리는 아자젤과 자주 혼동되기도 한다.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는 전통적으로 그를 대천사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으며, 히브리어로 “하느님의 자비”를 뜻하는 레미엘(Remiel)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 사담이지만 소환 주문이 신의 이름만 다르고 양식은 같은 게 게임 DOD3의 사도 영창을 떠오르게 하네요. 마침 천사 소재도 많이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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