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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소설번역/아이언 아미(完)

1화 - 아이언 아미 1

by PPJelly 2022. 4. 1.

프롤로그

 

 

 

평온함마저 느껴지는 회색의 뇌옥.

사람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복도에 뚜벅뚜벅 차가운 발소리가 울려퍼진다.

발소리의 주인은 한 사람이 아니다.

3인 1조로 트렌치코트를 입은 집단으로, 한눈에 보기에 건실하지 않은 인물들임을 알게 된다. 발소리의 주인들은 뇌옥의 맨 끝까지 도착하자 안에 있는 소년에게 말을 건다.

 

"호오. 네가 제4세대 중기병 소대를 파멸했다고 하는 소년- 슌교 세이이치로(春暁 誠一郎)인가."

 

정말 소년이구나, 하고 노래하듯 가벼운 어조로 말을 잇는 남자.

반면 감옥 안의 소년은 따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할 뿐이다. 그러나 그 행동으로 인해 철그럭 쇠가 스치는 소리가 옥중에 울렸다.

그의 양 팔과 양 발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철로 된 의수와 의족으로 개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량감, 중후함, 막강함에는 눈앞의 쇠창살 따윈 쉽게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존재감이 있다.

수면을 방해받은 그는 초조해하며 의수를 뚜둑 울리고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들에게 묻는다.

 

"맞는데, 당신들은 뭐야? 면회를 부탁한 적은 없거든."

"뭐, 그렇게 말하겠지. 우린 너한테 돈벌이할 안건을 가져온 비즈니스맨이니까."

 

세이이치로는 점점 의아한 표정이 된다. 요즘 비즈니스맨은 감옥 최심부까지 상담을 하러 오… 는 건 아닌 것 같다.

남자는 부하에게 담배에 불을 붙이게 하고 거만한 태도로 알린다.

 

"슌교 세이이치로.

너 '아이언 아미'에 들어올 생각은 있냐?"

 

뭐? 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세이이치로.

 

"'아이언 아미'? 뭐야 그게?"

 

세이이치로는 당연한 듯이 의문의 목소리를 낸다.

소대(아미)라고 불리는 것으로 추정하자면 전투 집단이겠지만, 세이이치로가 있던 지역에서는 듣지 못한 이름이다.

세이이치로가 의문을 입에 담자 뒤에서 조용히 있던 부하가 드높게 웃는다.

 

"이봐이봐, 들었냐 너희들! 이런 시대에 '아미'를 모르고 계셨댄다!"

"그런 놈이 이 독방에 갇혀 있을 수 있다니! 세상 아직 살만하구만!"

 

낄낄 웃는 남자들을, 선두에 있던 트렌치코트 차림의 남자가 오른손을 들어 침묵시킨다.

남자는 몸을 숙여 세이이치로의 앞에 쭈그려 앉고선 히죽 웃어보였다.

 

"알겠냐, 도련님아. '아미' 제도라는 건 말이지, 너 같은 범죄자를 시켜서 돈벌이를 하려는 나쁜 어른의 회삿일이다."

"네 소문은 들었어. 칸사이의 징벌부대를 상대로 화려하게 벌였다고 하지 않았냐. 그 손을 사러 온 거야."

 

세이이치로는 한순간 엄격한 표정이 되었다.

 

"나 같은 범죄자를 써서 뭘 할 셈이야? 나라의 사냥개라도 되라는 말인가?"

"아아, 그래! 우리는 나라에서 범죄자를 차용해 폐허가 된 일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임하고 있어! 범죄자는 프리 크리미널로 한정적인 자유를 얻고, 상황에 따라 형벌 기간을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지. ――어때? 나쁜 이야긴 아니지?"

 

남자의 웃음에 세이이치로는 불신으로 회답한다.

50년 전 내란의 영향으로 어지럽혀진 일본에는 지금 갖가지 종족의 죄수가 투옥되어 있다. 그것은 내란에 가담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이 황폐해진 것으로 인해 폭발적으로 범죄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개중에는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른 자도 있다.

당연하지만, 그 중에는 인외 종족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수아종(獣牙種) 비스트.

――요인종(妖人種) 페이.

――귀인종(鬼人種) 오거.

――철인종(鋼人種) 메탈릭.

――요정종(妖精種) 페어리.

――정령종(精霊種) 스프리건.

 

가벼이 셀 수 있는 것만 해도 이만큼의 종족이 일본의 원생종족으로 취급받는 시대이다. 팔백만(*주: 야오요로즈, 수많음을 상징하는 말)의 나라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세분화시킬 경우 이 수의 몇 배는 불어난다.

내란으로 투옥된 자 가운데도 힘 있는 종족은 다수 존재하리라.

그들을 국가의 폭력장치로서 쓰는 게 '아미'라는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뭘 하는데?"

"임시적인 자유를 얻는 대신, 너는 의뢰를 수행해. 민간의 의뢰도 있다면, 국가가 강제하는 의뢰도 있어. 나름대로 보수도 있고, 정해진 범위에서 자유롭게 사는 것도 가능해. 마음에 안 드는 업무를 강제로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어쩌겠냐. 요령껏 국가에 꼬리 좀 쳐주면 비교적 자유로워지는 일거리지."

 

자, 대답을 듣도록 하지. 하고 양 손을 펼치는 남자.

이보다 수상할 수는 없지만, 국가에서 주도하는 프로젝트임은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서 스카우트 따윈 받을 리가 없다.

세이이치로로서는 독방 안에 있는 시점에서 언제 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함께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의수로 턱을 괴며 잠시 생각한 세이이치로는 겁없는 미소를 띄우며 답한다.

 

"껴 보는 것도 괜찮겠지만… 딱 하나 경고해둘 게 있어."

"뭐야?"

"당신들의 일거리가 마음에 안 든다는 생각이 들면, 그땐 내가 당신들을 짓뭉개고 있을지도 몰라. 범죄자를 혹사시키는 놈들이 제대로 된 것들일 리 없으니까."

 

이 회답에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들이 되려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랐다.

그리고 박장대소한 뒤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승낙한다.

 

"하하, 재밌는 꼬맹이군! 네 앞에서는 품행단정하게 굴도록 할게."

"OK, 교섭 성립이야. 난 세이이치로라고 불러 줘."

"그래. 내 이름은―― 히카게 토키사다(日蔭 時貞)다. 모두에게는 보스라고 불리고 있지."

"그렇군. 잘 부탁해, 보스."

 

 

*

 

 

그리고 후일――

또다른 주인공에게로.

 

*

 

시점을 바꿔서, 황폐해진 도쿄.

내란의 완충지역으로 다종족이 오가게 된 도쿄의 번화가.

어떤 노점 앞에서 고양이 귀 여자가 크게 외쳤다.

 

"잠깐 야스! 외상을 못 갚는다는 게 무슨 말이야?!"

"오늘 갚는다고 말했었잖냐!!"

 

위협에 몸을 움츠린 사람은 스칼렛 색의 숏 자켓을 둘러입은 남자.

허리에 걸친 일본도와 샷건이 매우 특징적이다.

척 보기에 거친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쓰다못해 닳아진 도구의 상태에서 그가 탁월한 무예가라는 것은 한눈에 이해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야스라고 불린 그―텐도 야스히로(天堂 泰弘)는, 사냥감에 손을 뻗지조차 않고 빚진 상대에게 백기를 들며 안면이 창백해져 있었다.

 

"아니 그게 말이지. 피치못할 사정으로 있는 돈이 몽땅 사라져서 말야."

"피치못할 사정이 뭔데."

"예를 들면… 가부키쵸의 노름판에서 전액을 날린… 다던지?"

"하?!"

"장난치지 마!!"

"같은 짓을 대체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거야!"

"이 자식한테 돈 빌려준 사람 누구야!!"

 

왱알왱알왱알 이어지는 야스를 향한 잔소리와 매도.

고양이 귀 여자는 기어이 머리를 싸매고 말았다.

 

"하아… 너는 언제나 그래! A급 현상범을 잡아도!"

"테러리스트들을 괴멸시켜도!"

"새끼 고양이를 찾아 주는 일을 시켜도!"

"결국에는 도박에서 싹 날려 버려!!"

"으, 윽…!!! 그, 그게 어쩔 수 없잖아!! 오늘 이겼으면 빌린 돈을 싹 다 퉁칠 수 있었어!!! 낄 수밖에 없었다고!!! 어쩔 수가 없었단 말야!!"

 

"어.쩔.수.없.는.게.아.니.지!"

 

꽥꽥 채권자들이 아우성칠 때마다 야스는 어깨를 점점 늘어뜨린다. 뒤에서 지켜보던 거구의 남자들도 눈동자를 번뜩이며 노려보고 있다.

웬만한 사람들보다 덩치가 큰 그들은 미루어보건대 곰이나 호랑이의 수아종(비스트)겠지.

그들의 우람한 팔은 성인 남성의 세 배에 가깝기 때문에, 이 팔을 휘둘러 친다면 사람의 머리 따윈 가볍게 날아갈 것이 분명하다.

할 수 있는 욕을 다 한 고양이귀 여자는, 그들에게 돌격할 준비를 시킨 다음 반야(般若)의 형상으로 최후통첩에 나선다.

 

"그래서, 돈은 언제 갚을 거야?"

"어…. 세 달 후??"

"장난까지 마라아아아아!!!"

"참는 것도 정도가 있다! 네 자랑거리인 칼이랑 총을 다 팔아넘기겠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하고, 흙먼지를 날리면서 야스를 쫓아가는 채권자들.

 

그가 운명의 만남을 가지기로부터 한 시간 정도 전의 일이었다.

 

 

 

 

 

 

--- 작가 코멘트 ---

 

 

▶ 소설가가 되자에서는 첫 도전입니다. 타츠노코 타로입니다. 당분간은 매일 갱신하려고 하니 함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그건 그런데 다른 분들의 소설을 읽어 보니 등장인물의 설정이나 상세한 인물 관계도가 실려 있어서 호화롭네요. 가까운 날에 용어설명쯤은 등재해 보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밖에 무언가 질문이나 요망하시는 점이 있다면 코멘트 란이나 트위터로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번역 코멘트 ---

 

 

▶ 20.10.10 世の中捨てたもんじゃねえな를 '아직 속세에서 벗어난 건 아니구만' → '세상 아직 살만하구만' 으로 본래 뜻에 가깝게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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